추진단, ‘DX 멘토단’ 출범 준비중… 기업 DX 역량 수준별 지원체계 구축
2024년, 정부의 ‘신디지털 제조혁신 전략’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2019년부터 스마트공장 3만개 달성을 목표로 시작된 1기 스마트제조혁신 전략이 2022년을 기점으로 일단락됐다. 1기 정책이 ‘양적 확대’를 통한 기반조성에 목적이 있었다면, 새로운 2기 정책은 ‘질적 성장’에 초점이 맞춰졌다. 세부적으로 △현장 수요를 반영한 기업 DX역량 수준별(우수, 보통, 취약) 지원체계 구축 △제조데이터 기반의 제조혁신 생태계 조성 △민간·지역 주도의 협력 네트워크 강화 △기술력 있는 공급기업 육성이라는 총 4개의 핵심전략이 제시됐다.
업계의 디지털 전환 흐름과 맞물려 정부 정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그간 스마트공장의 보급·확산 사업을 총괄해 왔던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이하 추진단)도 조직개편 등 본격적인 신정책 추진을 위한 채비를 마친 모양새다. 중심에는 2022년 12월 추진단에 합류한 안광현 단장이 있다.
2023년 한 해 동안 스마트제조혁신 정책은 새로운 차원의 전략을 준비하는 과정속에 있었다. 정부 예산의 재편성은 물론, 하반기에는 ‘중소기업 스마트제조혁신 촉진에 관한 법률’도 본격 시행되며 제도 법제화를 완료했다. 추진단은 이에 발맞춰 중소기업 디지털 전환(DX) 중장기 전략 수립 및 정부 정책 기획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안 단장은 추진단 12대 개선과제 도출 및 조직개편 등을 동시에 추진했다.
‘타운홀 미팅’, ‘리더십 카페’ 등 소통 창구는 물론, DX그룹도 신설했다. 질적 조직개편을 통해 ‘신 디지털 제조혁신 전략’ 추진을 위한 맞춤형 조직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다.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 안광현 단장은 “스마트제조혁신 정책의 1기 시대가 마무리되고 2기로 넘어가면서 추진단도 새로운 조직으로 바뀌었다”면서, “특히 업무개선과 함께 조직개편을 진행하면서 조직원들이 혁신에 대한 마인드를 갖게 됐다는 점을 중요한 효과로 꼽고 싶다”고 밝혔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안광현 단장은 ‘실효성’을 거듭 강조했다. 정책 등을 추진함에 있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효과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예로 스마트 마이스터 인원을 300명으로 줄인 것을 들 수 있다. 스마트 마이스터는 제조 현장 경험이 풍부한 퇴직 전문가를 활용해 중소·중견기업의 스마트공장 구축, 운영 등을 돕는 사업으로 지난해 초만해도 1,200여명의 인원이 활동했다.
안 단장은 “사실 1,200명이라는 인원은 실질적인 자격관리는 물론, 컨트롤도 힘든 상황이었다”면서, “주요 개선과제로 삼고 최종 300명으로 줄여 정예부대로 다시 출범했다”고 말했다. 이어 안 단장은 “부정·부실 관리는 물론, 자체 교육까지 진행하면서 나아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본지가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 안광현 단장을 만나 새롭게 추진되는 ‘신 디지털 제조혁신 추진전략’의 주요 내용 및 2024년 중점 추진전략 등에 대해 들어봤다.
스마트제조혁신 지원 사업도 ‘신 디지털 제조혁신 추진전략’과 함께 새로 짜여졌다. 2024년 중점 추진 방향을 소개한다면?
스마트공장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제조혁신은 중소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데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에 정부는 중소제조업 디지털 제조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신 디지털 제조혁신 MIDAS 2027’ 전략을 발표했다. 과거 2019년~2022년 1기 스마트공장 정책이 3만개 달성을 목표로 ‘양적 확대’를 통한 기반조성에 집중해왔다면, 이번 2024년~2027년 2기 정책은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스케일업’ 정책이다.
지속사업으로 고도화 수준의 스마트공장 구축에 집중하고 나아가 더 선진화된 자율형공장을 2027년까지 80개 구축해 선도적인 모델로서 역할을 하도록 할 것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세부적으로 ①현장 수요를 반영한 기업 DX역량 수준별(우수, 보통, 취약) 지원체계 구축 ②제조데이터 기반의 제조 혁신 생태계 조성 ③민간·지역 주도의 협력 네트워크 강화 ④기술력 있는 공급기업 육성이라는 총 4개의 핵심전략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전략 꼭지별로 설명하겠다. 첫 번째 전략은 현장 수요를 반영한 기업 DX 역량 수준별(우수, 보통, 취약) 지원체계 구축인데 기업별 역량 맞춤 지원은 단어가 확 와닿지 않는다. 이 전략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DX멘토단’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추진단에서는 올해 DX멘토단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멘토단은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에 신청한 기업을 역량평가를 통해 역량우수, 역량보통, 역량취약으로 분류하고, 역량우수 80여개 기업은 디지털트윈, AI 기반 자율형 공장 사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역량보통인 5,000개 기업에게는 고도화 단계로 업그레이드 하도록 하고, 역량 취약기업은 로봇 등 자동화를 통해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두 번째 전략인 제조데이터는 DX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현재 공장 현장에는 제조데이터가 콸콸콸 쏟아지고 있다. 이 데이터를 잘 이용하면 생산이 원활해지고 품질불량도 줄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이야기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표준을 정하고 목적에 맞는 AI알고리즘과 만났을 때 그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사실 우리가 AI를 자주 말하고는 있지만 그게 내 공장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아는 중소기업인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래서 중기부와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이 이를 조금이나마 해소시키기 위해 KAMP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KAMP는 Korea Ai Manufacturing Platform의 약자로 한마디로 ‘중소기업의 AI 놀이터’라고 설명할 수 있다. KAMP 홈페이지에는 표준화된 제조데이터가 있고 이것을 AI와 결합시켜 불량품을 판정하거나 설비 고장을 미리 예측하거나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분석 도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세 번째 전략은 민간 중심, 지역 중심에 맞춘 스마트 추진 정책이라는 점이다. 이것을 구현하기 위해 전국 19개 테크노파크가 추진단과 함께 한다. 스마트공장 전진 기지로 지자체와 연합해서 해당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의 DX를 밀착 지원할 것이다. 뿐만아니라 지자체에서도 별도 예산을 투입하는 등 투 트랙 전략을 실행해 나갈 것이다.
네 번째 전략은 공급기업 역량 강화다. 공급기업이란 ICT기업, 소프트웨어 기업을 의미한다.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드라이브하는데 세 가지 중요한 접점이 있는데 첫 번째는 전환을 시도하는 중소기업, 두 번째는 그들의 목적에 맞게 DX를 구현해주는 공급기업 즉 ICT 회사, 세 번째는 둘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하는 컨설팅 기관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접점은 공급기업이라고 생각한다.
소프트웨어 기업이 구축하려는 중소기업에게 가장 최적의 솔루션을 구축해 주려고 하는 노력(R&D)을 극대화하는 것이야말로 한국의 중소기업 제조DX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키라고 생각한다. 공급기업 역량평가를 통해 적정한 역량을 갖춘 기업만 정부 사업에 참여토록 해 기술적인 측면만 아니라 도덕적 측면도 강화할 것이다. 바로 지난 몇 년 동안 악순환으로 계속됐던 부정 및 부실구축 사례도 동시에 해결될 것으로 본다.
대중소기업간 디지털 제조 격차가 새로운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해결방안이 있다면?
디지털 제조 전환에 있어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데이터 활용 및 연계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이 바로 제조데이터 표준 도입 및 AI 기술 적용이다. 스마트공장 내 AI 기술을 적용하려면 양질의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스마트공장에서는 1,000분의 1초 단위로 데이터 포인트 별로 막대한 데이터가 생성되고 있으나, 공정·장비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의 형식이 제조사별로 다른 경우가 많다.
데이터 형식이라는 말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쉽게 설명하면, 한국에서 생산한 장비는 온도값을 표시할 때 섭씨를 쓸 것이며, 미국에서 생산하는 장비는 화씨를 쓰게 될 것이다. 이럴 경우 사람은 데이터를 보고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으나, 기계는 숫자로만 인식하다 보니 잘못된 값을 인식하게 될 것이며, 더욱이 길이 표시 형식이 장비별로 제각각 표시할 경우에는 AI는 심각한 오류를 발생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공장의 AI를 도입하기 위해서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일치화하는데 개발 인력이 직접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제조데이터의 형식 차이, 즉 표준화가 돼 있지 않은 공장에서는 AI 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 될 것이다. 스마트공장에 빅데이터 기반의 AI 기술 적용을 위해서는 스마트공장 내 제조데이터 표준 도입이 선행돼야 한다.
최근 제조데이터 관련 표준인 AAS(IEC-63278-1)가 국제 표준으로 등재되는 등 미국, 독일 등 제조강국들은 제조데이터 표준화를 핵심 아젠다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추진단에서는 올해부터 국제표준 기반의 한국형 제조데이터 참조모델을 확보할 예정이며, ‘선도모델(자율형공장 등)’을 대상으로 제조데이터 표준 참조모델을 시범 적용하고, 기업이 제조 현장에 쉽게 AI를 적용할 수 있도록 AI 활용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많은 기업에서 여전히 솔루션 적용사례 등 레퍼런스가 부족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추진단은 중기부와 추진단의 제조혁신 지원을 받은 기업을 발굴해 기업의 스마트공장 구축 의지, 솔루션 적용사례, 성과 등을 담은 우수사례집, 홍보영상 배포 등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레퍼런스 부족에 대한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보다 다양한 업종별, 지역별 스마트공장 레퍼런스를 확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스마트제조혁신 관련 기업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전세계적으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제조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우리나라가 직면한 노동인구 감소 등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중소 제조기업의 스마트공장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우리 정부도 2014년부터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보급 확산사업을 추진했으며, 2022년 기준으로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국내 중소기업은 3만개에 달해 국내 제조업의 제조혁신 생태계 조성을 촉진하고 있다. 디지털 제조혁신(DX)는 우리가 반드시 가야할 길이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제조 DX를 선도하는 국가들이 나타나고 있고 제한된 시장에서 그들의 확대가 예견되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 중소기업의 제조혁신이 늦었다고 볼 수는 없다.
2019년부터 꾸준히 진행해온 ‘제조DX’의 결실은 지금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대중소 상생형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 삼성,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이 있어서 가능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소제조기업의 DX는 대기업의 그것에 비해 열악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사실 한국의 중소제조업의 품질 수준은 글로벌 시장에서 최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동안 품질경영을 앞세운 대기업의 전략이 고스란히 중소기업의 품질경쟁력 제고로 결실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러한 제조경쟁력 바탕에 DX의 우산을 드리워 생산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구현하는데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추진단은 ‘민간·지역이 주도’하고 ‘정부가 함께’하는 유기적인 정책을 끊김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해 ‘디지털 제조 강국 도약’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더욱더 노력할 것이다.
최종윤 기자 editor@infothe.com
http://www.industr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2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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