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내재화 하겠다는 정부, 업계 “제조업 특성 반영 먼저”
글로벌 전 산업 영역에서 디지털 전환(DX)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AI)이 핵심 기반 기술이나 산업 부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도 디지털 전환의 핵심 수단으로 AI를 주목, 지난 1월 13일 ‘산업 AI 내재화 전략’을 발표했다. 그간 정부 정책이 원천기술 개발에 집중했던 것에서 벗어나, AI를 우리 산업 내 직접 적용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2023년에는 본격적인 AI 생태계 조성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인더스트리뉴스’와 ‘FA저널 Autonomous Manufacturing’이 지난 1월 18일 ‘2023년 제조산업 발전을 위한 AI 트렌드 전망 간담회’를 열고 AI 산업의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가나다 순) 뉴로클, 로크웰오토메이션, 비스텔리젼스, 슈나이더일렉트릭, 스누아이랩, 시즐, 웨다, 엠아이큐브솔루션, 한국지멘스디지털인더스트리 총 9개 기업 대표 및 관계자들이 참석해 AI 산업 분야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국내 AI 산업의 현주소 및 대외 비즈니스 환경 △주요 AI 기술과 기업들의 사업 전개 방향 △협업 등 솔루션 확산 전략 △정부의 ‘AI 내재화 전략’ 관련 아이디어 등이 순차적으로 논의됐다.
기업들, “AI 도입 허들 낮추는 게 관건”… IT·OT 엔지니어 협업 여전한 숙제
먼저 기업들은 ‘AI 생태계 구축’을 위해 수요기업들의 ‘도입 허들’을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AI 도입에 있어 높은 허들을 구성하는 요소로는 △높은 비용 △데이터 인프라 구축 △기술에 대한 의구심 등 인식 △인력 부족 등을 꼽았다.
스누아이랩 유명호 대표는 “올해 AI 분야에서의 키워드는 어떻게 ‘도입 허들’을 낮추느냐가 화두가 될 것”이라며, “도입 허들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유명호 대표는 “기업들은 그간 AI 솔루션 도입을 위해 PoC, 데이터의 선별 라벨링 등 복잡한 프로세스를 거쳐야 했다”면서, “이런 과정속에 높은 투자비용, 효율성에 대한 의구심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에 유 대표는 차세대 딥러닝 기술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이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2023년 AI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대표는 “자동 재학습 등이 고도화되면서 차세대 딥러닝은 AI 개발자가 아니어도 현장 개발자가 쉽게 AI 모델 등을 구축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쉽고 간편한 AI 플랫폼이 시장에 진입하며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현재 스누아이랩을 비롯한 AI 플랫폼을 표방하는 기업들은 현재 많은 기업들과 PoC를 진행하며 검증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웨다 최치민 대표는 IT엔지니어와 OT엔지니어의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치민 대표는 “솔루션 도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데이터로, 특히 현장에서 데이터에 대한 연관관계를 체크하는 등 협업이 중요하다”면서, “하지만 아직 현장엔지니어 분들은 IT업무는 별개로 보는 경향이 강해 프로젝트 진행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로크웰오토메이션 권오혁 본부장도 “제조분야는 노이즈 데이터가 상당히 많아, 중요 데이터를 판단하는 작업 등은 사실 공장단에서의 협조가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IT엔지니어는 공장 실무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권 본부장은 “데이터를 통한 인사이트는 결국 현장에서 나온다는 공감대가 없다면 기술만으로는 AI 기술의 현장 안착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AI 기술 도입 및 생태계 구축을 위해 IT엔지니어와 OT엔지니어의 협업 및 서로 업무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현장과 솔루션 기업과의 간극해소를 위해 단계별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시즐 이지현 대표는 “실제 소성 가공 등을 하는 업계분들은 데이터의 중요성에 대해 아직 모르시는 분들이 훨씬 많았다”면서, “그분들 입장에서 AI 솔루션은 너무 고도화된 먼 이야기 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지현 대표는 “시즐은 기초적인 기기 데이터를 가지고 인건비 한명 정도 세이브되는 효과를 바로 드리는 즉각적인 솔루션부터 제공하고 있다”면서, “AI 솔루션까지 가기 위해서는 고객사에 맞춰서 단계별로 접근해야 하는 게 중요하고, 업계의 숙제다”라고 전했다.
AI 도입 위한 ‘시장 성숙도’ 평가는 엇갈려… 다시 외부로 눈돌리는 대기업, 중견기업은 ‘심사숙고’
‘AI 기술’은 하나의 요소기술로 볼 수 있다. IT분야는 물론, 스마트·지능형 제조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AI 기술은 제조 자동화 전 과정을 총괄할 수도, 일부분에서 데이터 분석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이에 산업자동화 분야 글로벌 기업부터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까지 각각의 전략속에 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고 있다. 기업별 전략과 시장 대응 방안속에서 현재 국내 제조업 시장의 변화를 엿볼 수 있었다. 대기업, 중견‧중소기업 등 각각의 전략시장 규모에 따른 차이는 있었지만 AI 기술 도입을 위한 시장의 ‘성숙도’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렸다.
한국지멘스디지털인더스트리 정성엽 부장은 “지멘스는 품질예측 및 프로세스 향상, 예지보전, 시각검사, 최근에는 AGV·AMR 등 물류 솔루션까지 AI 기술을 연동하고 있다”면서, “대기업과의 적용 PoC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정성엽 부장은 “다만 현재까지는 PoC 이후 스케일업 단계까지 진행하는데는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대기업들은 수년전부터 자사 SI 기업과 진행하거나 자체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경향이 있어 지멘스의 솔루션을 적용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슈나이더일렉트릭 서상훈 본부장도 “슈나이더도 글로벌 AI 허브를 설립하는 등 AI 기술을 기반으로 에너지 절감·비용 효율성 확보를 위해 힘쓰고 있다”면서, “다만 현재까지는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마이크로 그리드, HVAC 최적화등 AI 기술을 자체 플랫폼에 접목해 서비스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견·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들은 보다 더 성과를 내고 있긴 했지만, AI 기술에 대한 높아진 ‘눈높이’는 경계 대상으로 꼽았다. 비스텔리젼스 박신웅 부장은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별로 요구되는 상황은 분명히 다르다”면서 “대기업과 다르게 아직 국내 중견기업들은 AI 기술을 도입하기 전인 데이터 시각화나 분석, 알고리즘 단에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엠아이큐브솔루션 이기현 팀장도 “단순히 AI 기술만 도입하면, 글로벌 기업의 최신 공장처럼 되느냐고 묻는 기업들이 있다. 이런 경우 결과가 좋지 않다”면서, “자체적인 진단과 함께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하는 기업들의 솔루션 도입 결과가 확실히 좋다”고 전했다.
기업 규모의 영향을 적게 받는 AI 딥러닝 비전 SW를 제공하는 뉴로클은 위 기업들과 다소 입장차가 있었다. 뉴로클 이홍석 대표는 “3~4년 전부터 사내 스타트업 육성 등 자체적으로 AI 솔루션 구축을 추진했던 대기업들도 최근에는 다시 외부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복잡하게 쌓여가는 데이터 핸들링 문제가 원인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단순 데이터 핸들링 업무가 쌓여가면서 고급인력들의 불만 등 한계에 봉착했다는 취지다. 아울러 AI 기업들의 기술이나 비즈니스 수준이 대기업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홍석 대표는 초창기 단순히 ‘주변 공장에서 하니까’하는 단순 탑다운식의 의사결정으로 솔루션 도입결정을 내렸던 중견·중소기업들도 최근에는 심사숙고하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과거에는 PoC도 약식으로 진행 하는 등 AI 도입이 목적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유상 PoC를 하더라도 상당히 긴 시간을 할애해 심사숙고하는 식으로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덧붙여 그는 “기업 및 산업 내부에서 구조적인 변화들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AI 내재화 하겠다는 정부, 업계 “제조업 특성 반영 먼저”
간담회에서는 자연스레 간담회 개최 1주일 전(1월 13일)에 산업부에서 발표한 ‘산업 AI 내재화 전략’에 관한 대화들도 오고 갔다. 기업들은 제조산업에의 적용을 위해서는 “제조업의 특성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분야와 제조분야에서 AI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는 웨다 최치민 대표는 “금융분야와 제조분야는 가장 기초가 되는 데이터에서부터 차이가 난다”면서, “제조분야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해 성과를 내기에는 현재 정부 지원정책 기간이 너무 짧다”고 강조했다. 최치민 대표는 “금융은 이미 데이터 표준이 이뤄져 있는 반면, 제조분야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밑바닥이 안돼 있어 데이터 분석에만도 3~4개월이 소요된다”고 토로했다.
로크웰오토메이션 권오혁 본부장도 “정부에서는 데이터 호환 등을 위해 표준화된 데이터 가이드라인 등을 빠르게 제시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제조분야에는 현재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양성 등도 시급한 문제로 인력 양성에도 힘써야 한다”고 전했다. 엠아이큐브솔루션 이기현 팀장은 “시장에서는 PoC 단계가 필수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생태계 구축, 시장 활성화 등을 위해 수요기업에서 솔루션을 경험해 볼 수 있는 PoC 단계에서의 지원도 고려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최종윤 기자 editor@infoth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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