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재 대표 “대한민국 대표하는 제조SW 기업 되겠다”
최첨단 반도체 공장에서만 볼 수 있었던 OHT(웨이퍼 자동운송장치)가 천장에 설치된 레일에 걸려있고, 아래로는 AMR로 보이는 물류로봇 2대가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이 나란히 대기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하나의 반도체 공장의 축소판이었다.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동 내 첨단제조지능혁신센터에 자리한 연구소기업 다임리서치의 랩실은 이렇게 구성돼 있었다.
지난 7월 5일 KAIST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공장 내 1,000대 이상의 군집로봇을 제어하는 기술 연구 논문이 반도체 운영 관련 국제적인 저널인 ‘IEEE Transactions on Semiconductor Manufacturing’(이하 IEEE TSM)에서 2022년 우수논문(Best Paper : Honorable Mention)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KAIST 연구소 창업기업인 ‘다임리서치’가 개발한 것으로 사람의 개입 없이도 로봇이 이상 상황을 스스로 판단해 자율적으로 작업할당 및 운영을 최적화하는 ‘자율 생산 시스템(Autonomous Manufacturing System)’ 개념을 정립하고 가능성을 입증했다.
스마트공장이 갈수록 고도화되면서 공장 내에서 운영하는 로봇의 대수가 늘고 있음은 물론, 직접 생산공정에 관여하면서 제어도 복잡해지고 있다. 물류로봇, 제어로봇 등의 통합제어의 필요성도 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난제에 가깝다. 다임리서치는 어떤 해답을 가지고 있을까. 다임리서치를 창업한 KAIST 장영재 교수를 만나봤다.
“공장 레이아웃·IT시스템·제조자동화 3가지 설계 함께 가야”
“현재 우리나라 제조 자동화의 문제점은 단편적으로 접근하는데 있습니다. 단순제어나 로봇활용만을 생각하는 것이죠. 전체적인 시스템 설계 차원에서 공장의 레이아웃, 공장의 IT시스템, 제조자동화 시스템 이 3가지 설계가 함께 가야 합니다. 그런데 모두 다 따로따로 하다 보니 엇박자가 나는 겁니다.”
카이스트 장영재 교수는 우리나라 제조 자동화 시장의 문제점을 먼저 이야기했다. 실제 우리나라 자동화 시장은 스마트공장 보급·확산이라는 초기 단계를 지나 고도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다소 주춤하는 모양새다. 특히 그간 개별 솔루션 위주의 도입 등으로 추가 솔루션 구축 및 고도화 단계로 업그레이드 등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진통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장영재 교수와 다임리서치의 연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됐다. ‘공장 운영의 통합적 관점’을 강조했다. 1차적인 타깃은 제조현장에 무수히 늘어나고 있는 ‘로봇’으로 잡았다. 장영재 교수는 “기존 공장 자동화에서 컨베이어벨트가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수많은 로봇,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포함해 이런 로봇 제어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럼 이 로봇에 대한 제어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일찌감치 했고, 그것의 구현이 다임리서치 연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2020년 탄생한 다임리서치는 불과 3년 만에 놀라운 성과를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한 가상공간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수많은 로봇들에게 가장 최적의 업무할당은 물론, 제어까지 성공했다. 다임리서치는 3년이지만 사실상 장 교수의 연구는 30년 가까이 된 것으로 단순 업력으로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높은 기술 완성도에 현장 적용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장영재 교수는 “기술 개발완료와 함께 포스코,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의 공장들에서 활용되고 있다”면서, “분야별로는 반도체, 2차전지 등 분야에 우리 솔루션이 공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장 교수는 “2022년 지난 일 년 동안에만 전세계 10군데 공장에 다임리서치의 시스템을 공급했다”고 전했다. 딥테크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다임리서치는 이미 프리A, 시리즈A 포함 누적 투자금만 130억에 달한다. 사실상 기술적 평가는 끝났다는 의미다.
공장의 최상위 생산 운영 소프트웨어 솔루션 제공
장영재 교수는 다임리서치의 솔루션을 ‘공장 운영 소프트웨어’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짧게 소개했다. 하지만 공장안에 있는 수많은 기기와 장비, 그리고 그 안의 생산물류까지 생각한다면 그 의미는 작지 않다. 장영재 교수는 “공장 운영에 필요한 OS라고 보면 된다”면서, “공장 전체의 로봇을 관장하는 오퍼레이팅 시스템으로, 예를 들어 컴퓨터에서 윈도우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IEEE TSM에서 2022년 우수논문으로 선정된 연구는 공장 내 OHT 1,000대 이상의 군집 로봇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물류 자동화 로봇 통합 관제 솔루션으로 볼 수 있다. 장 교수는 “디지털 트윈이라는 가상환경에서 실시간 데이터 수집과 AI 학습이 동시에 이뤄진다”면서, “이에 따라 각각의 로봇에 자동으로 최적화된 업무를 할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OHT에 더해 AMR, AGV 등 자율이동로봇까지 통합 제어가 가능하다”면서, “지금은 더 나아가 육축 가공 로봇 등까지 제어할 수 있게 개발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로봇은 실제 운영을 하다보면 각각의 로봇이 에러율, 고장률 등부터 다 조금씩 다릅니다. 다임리서치의 기술은 이런 것들까지 다 고려해서 판단을 내립니다. 혼잡시간대에는 에러율이 높은 로봇은 구석에서 다른 단순 일을 할당하고 하는 식이죠. 로봇의 충전도 단순히 얼마 남았을 때 가는 게 아닌 전체적인 업무상황을 고려해서 지시를 내리게 됩니다.”
기업인에서 대학교수, 다시 창업의 길로
장영재 교수는 MIT에서 기계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러지(Micron Technology) 빅데이터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다 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로 임명됐다. 지난 2018년에는 카이스트에서 영년직까지 보장받았다. 안주할 법도 하지만 그의 길은 다시 다임리서치 창업의 길로 이어진다. 장영재 교수는 “MIT 등 해외에서는 교수 창업이 당연한 일”이라며, “제 방에는 에디슨 사진이 있는데, 그는 단순히 백열전구를 만들어서 추앙받는 것이 아니다. 발전·송전·배전 시스템을 구축해 혁명을 이끌었다. 저도 단순 논문에서 그칠 게 아니라 우리 손으로 만든 좋은 기술을 가지고 산업계에 혁신을 이끌어 보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창업을 결심하고 나서는 철저한 시장 조사가 이뤄졌다.
“다양한 산학협력 과제들을 진행하면서, 산업내에 앞으로 다가올 트렌드 등을 파악했습니다. 카이스트가 직접 투자한 연구소 기업으로 고객도 미리 확보하는 등 철저하게 준비를 많이 하고 진행했습니다.”
자동화 시장, SW산업 생태계 구축 필요
다임리서치는 한국의 대표적인 딥테크 기업을 꿈꾸고 있다. 장영재 교수는 철저한 SW기업이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장영재 교수는 “사업을 하면서 가장 놀란 부분은 우리나라에 소프트웨어 산업 자체가 생태계가 없었다라는 점”이라며, “기업에서 인력 파견업처럼 생각하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한국 특유의 SI 시장 중심의 자동화 시장을 지적한 것. SI는 System Integration의 줄임말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시스템에 관한 기획에서부터 개발과 구축, 나아가 운영까지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하는 업체를 말한다. 한국 자동화 시장은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 커스터마이징 이슈가 강해 SI 시장이 발달해 있는 상황이다. 장단점이 뚜렷한 상황이다.
장영재 교수는 “소프트웨어 기업은 끊임없는 R&D를 해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계속 기술개발을 해 나가야 한다”면서, “애플이 일년에 스타트업 30, 40개 정도를 인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 교수는 “우리가 흔히 잘 아는 윈도우도 계속 업데이트되고, 업그레이드되지 않나, 그만큼 끊임없이 엄청나게 R&D에 투자하는 게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며 “다임리서치는 철저한 R&D 기업이자,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재 교수는 빨리 자동화 시장에서 SW산업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로봇도 지금 로봇 한 대 파는 것보다, 커스터마이징과 셋업에 비용이 너무 많이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대기업은 알아서 하더라도,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 등을 위해 정부 등에서 빨리 표준 플랫폼, 스펙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결국 산업 방향은 플랫폼, SW 위주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계속 SI 위주로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할 경우, 해외에서 플랫폼 사업자가 들어오면, 우리 시장이 다 죽어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민국이 제조강국으로 다시 도약하고, 국가의 미래경쟁력을 가져갈 곳을 고민한다면 답은 첨단제조에 있다고 봅니다. 로봇, 기계, SW 등 물건 중심의 생각에서 벗어나 공장 자체를 지어주는 공장 엔지니어링 자체를 하나의 산업으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첨단제조 강국으로 가려면 독일의 지멘스 같은 세계적인 제조 SW기업이 서너 개는 있어야 합니다. 다임리서치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SW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습니다.
최종윤 기자 editor@infothe.com
http://www.industr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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