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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한국지멘스 정하중 대표, “디지털 전환, 한 기업 역량만으로는 불가능”

by 최 기자 2024. 2. 6.

개방형 디지털 플랫폼 ‘지멘스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전환 전방위 지원
제조업의 미래, 산업용 메타버스로 구체화


 

“디지털 전환 및 디지털 기술 적용에 있어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전통적인 산업의 생태계를 송두리째 바꾸며,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해법을 묻는 기자의 우문(愚問)에 한국지멘스 정하중 대표(사장)는 이렇게 잘라 말했다.

 

AI, loT, AR(Augmented Reality), 각종 로봇 기술 등 디지털 기술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제각각 생존전략에 몰두하고 있다. 다만 디지털 구조로의 변화 속에 기업간 디지털 격차는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새로운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중견·중소기업들은 디지털 전환 방법 찾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하중 대표는 “산업마다, 기업마다 경쟁력 강화 방안은 다를 수 밖에 없다”면서, “기업의 경쟁력이 제조라인의 생산성 우위에 달려 있다면 생산라인에, 에너지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산업군의 경우에는 에너지 절감 방안으로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는 등 먼저 할 수 있는 것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정 대표는 “다만 이런 판단을 중소기업 등이 스스로 할 수 없는 경우, 정부나 대기업 등의 협력 및 지원이 중요해 보인다”며, “결국 중소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이 잘 이뤄져야 공급망 차원에서 탄탄한 산업 피라미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단순히 물질적인 지원뿐만이 아니라 컨설팅, 공급기업 매칭 등 무형의 협력 지원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진: Unsplash 의 fabio

 

지멘스는 명실상부 산업자동화 분야에서 글로벌 디지털 혁신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올해 1월 열린 CES 2024에서는 산업용 메타버스, AI, 몰입형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어느 기업보다 협력관계와 생태계를 중요시한다.

 

정하중 대표는 “디지털 전환은 어느 한 기업의 역량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면서, “지멘스는 기업들의 도메인 노하우를 존중하며, 이를 기반으로 한 최적의 솔루션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는 “2022년 출시한 ‘지멘스 엑셀러레이터’가 비즈니스 에코시스템에 기반한 오픈 비즈니스 플랫폼인 이유”라고 강조했다.

생태계 차원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지멘스는 동반자적 관점에서 현장 근로자들을 위한 로우 코드 소프트웨어(Mendix) 등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하는 등 인력 육성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파트너십’ ‘협력’ 등으로 대표되는 지멘스 글로벌 비즈니스의 핵심 가치는 취임 3년차를 맞고 있는 정하중 대표와도 닮아 있었다. 취임 후부터 ‘소통’과 ‘협업’을 강조해오고 있는 정하중 대표는 지멘스가 1967년 서울사무소를 연 이래로, 두 번째 한국인 사장이자 내부 승진을 통해 사장이 된 첫 인물이다.

정 대표는 2000년 에너지 자동화 사업부장으로 한국지멘스에 합류한 이래, 2007년 독일 본사 에너지 자동화 사업부 아시아 태평양 지역 책임자를 거치는 등 지난 25년간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다양한 현장 경험을 쌓으며 리더십을 발휘해 왔다. 에너지, 인프라 및 도시 부문, 오일&가스, 스마트 그리드, 철도 부문 등 다양한 사업 분야를 거쳤다.

취임 후 코로나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도 한국지멘스의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며 조직을 이끌었다. 글로벌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 속에서도 적극적인 비즈니스 확대를 통해 성장을 이뤘고,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교육 플랫폼을 도입하는 등 직원 역량 향상에도 힘썼다. 정하중 대표와의 인터뷰가 계속될수록 부드러운 어조 속에서도 강한 추진력과 단호함을 엿볼 수 있었다.

취임 후, 성과 및 주목할 만한 움직임을 꼽는다면?

한국시장에서 반도체, 데이터 센터, 라이프 사이언스와 같은 성장하는 산업군에서의 시장 점유율 향상을 꼽고 싶다. 디지털, 친환경, 에너지 관리 등의 앞선 기술로 스마트팩토리, 스마트빌딩, 스마트인프라 등 섹터에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사업 분야 전반적으로 괄목한 성장을 이뤘다. 또한 디지털 트윈, 산업용 메타버스, 스마트 제조 등 지멘스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서 국내 반도체, 철강, 배터리, 타이어, 자동차 기업들과 비즈니스 협업을 위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졌다. 내부적으로는 지난 2022년 고정 좌석제를 폐지하고 ‘스마트오피스’ 컨셉의 사무실 이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사무공간을 최적화함으로써 냉·난방비를 최소화하고 탄소 배출을 50% 이상 절감하는 등 ESG 경영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과제 속 한국 기업들의 현주소를 평가한다면?

한국 대기업들의 디지털 기술 수준 및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인식과 기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 생각한다. 다만 중소기업들은 기술지원 및 자금조달의 어려움으로 독일 강소기업과 비교하면 디지털 전환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생각이다. 기술적으로 국내외 선진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빠른 속도의 디지털 전환을 도모하고, 필요하다면 정부 차원의 재정적, 기술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중소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이 잘 이뤄져야 제품을 공급받는 대기업도 좋은 상품을 만들어 탄탄한 산업 피라미드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변화의 흐름도 느끼고 있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전기, 자동차, 그린수소 등 성장잠재력이 큰 산업 분야에서 한국 제조업체들은 과거와 달리, 데이터 기반 디지털 전환에 있어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상당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스마트 제조 기술과 인공지능(AI) 등 앞선 디지털 기술 관련 논의 또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더불어 업종 관련 없이 지속가능성과 탄소발자국 추적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지멘스의 해법은?

무엇보다 각 기업이 디지털화에 대한 열린 마인드셋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화로 인한 변화를 수용하고 효과적으로 운용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OT 부문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을 받아들이고 IT 기술을 적용해 디지털 트윈 환경에서의 IT와 OT를 연결하는 것이 주요 과제일 것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지멘스의 비전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Connecting the Real and the Digital worlds(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의 융합)’이다. 지멘스는 AI, 디지털 트윈 등 다양한 기술과 솔루션을 통해 가장 쉽고 효율적이며, 혁신적인 방식으로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다. 생태계적 차원에서는 개방형 디지털 비즈니스 플랫폼 ‘지멘스 엑셀러레이터(Siemens Xcelerator)’가 지원한다. ‘개방형’을 핵심 키워드로 IoT 기반의 결합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디지털 서비스를 아우르는 엄선된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확장되는 파트너 생태계에서 고객 및 파트너, 개발자 간 상호작용과 거래를 촉진하는 마켓플레이스 기능을 모두 포함하며, 쉽고 빠른 디지털 전환 및 다양한 산업 분야에 대한 효율적인 발전을 도울 수 있다. 현재 노르웨이 배터리 제조업체 프레이어(FREYR)의 메타버스 스마트공장, HD현대 스마트 조선소, LG에너지솔루션 등과의 협력 관계 속에 협업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철강분야와 부품 가공라인에 적용한 사례가 있다.

지멘스가 그리는 제조업의 미래는?

올해 1월 지멘스는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인 CES 2024에서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결합한 혁신 기술을 공개하고. 산업용 메타버스 구현을 위한 새로운 파트너십과 AI, 몰입형 엔지니어링 분야의 혁신을 발표했다. 지멘스는 산업용 메타버스를 현실과 거의 구분할 수 없는 가상 세계로 보고 있다. 실시간으로 물리 기반의 극사실주의 디지털 트윈을 구현했다. 이는 사람들이 AI와 함께 실시간으로 협업해 현실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현재 소니, 아마존웹서비스, 블렌드허브 등과의 협업관계를 구축해 산업용 메타버스 구현을 위한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지멘스는 예측과 반복이 가능한 단순 자동화를 뛰어넘어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도 복잡한 공정을 보다 쉽게 자동화하는 ‘적응형 생산’ 공정을 제시한다. 단순 작업을 자동화하는 것을 넘어 수요나 공장 크기 등의 급격한 변화,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과 같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도 생산이 자동으로 환경에 맞춰 적응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2024년 단기적 목표와 향후 중장기적 비전이 있다면?

2024년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고 사업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차별화된 사업 전략과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한국지멘스는 구체적으로 △AI △디지털 트윈 △비즈니스 플랫폼 △클라우드 컴퓨팅 △지속가능 기술 등과 같이 새롭게 떠오르는 기술에 주목하며, △반도체 △배터리 △데이터센터 △수소 △생명과학 등과 같이 빠르게 성장하는 새로운 버티컬 시장에서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아울러, ESG 및 Sustainability 관련 시장이 매년 2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는 만큼 지속가능성 관련 시장에서의 시장 지배력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미니인터뷰


24시간 동안 자유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휴식을 취할 수도 있겠지만, 나만을 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보다도 ‘새로운 무언가’를 배워보고 싶다. 분야를 막론하고 지금까지 배워보지 못했던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을 것 같다.

평소 건강 관리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아침마다 헬스를 하고 있다. 운동을 통해 땀을 흘리며 힘차게 하루를 시작하는 에너지를 얻게 되는 것 같다.

직원들과 소통은 어떻게 하는가?

해도 해도 부족한 게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적 제약이 따르다 보니 직원들의 기대에는 못 미칠 수 있으나, 한 달에 한 번씩 직원들과 간담회를 통해 소통하거나, 점심을 같이 먹는 등 많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업무 외적으로 직원들에게 평소 강조하는 사항은?

‘소통’과 ‘협업’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혼자서는 해내기 어려운 일이 많다. 기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에 업무를 떠나 직원들이 서로 어울리고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강조한다.

개인적으로 소중한 시간이 있는가?

아침 운동을 하거나, 산을 오를 때 사색에 빠질 수 있는 시간이 생기는 게 좋다. 혼자만의 시간을 온전히 가지면서 오는 행복감이 소중하다고 할 수 있다.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있는가?

‘요즘 어른들을 위한 최소한의 세계사’다. 책의 내용이 쉽고 재미있다.(웃음) 글로벌 기술 기업 대표가 세계사 책을 읽는다니 당혹스러울 수도 있겠으나, 다양한 분야에 대해 알아가는 게 아직도 즐겁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자면?

올해도 지멘스 내 모든 임직원들이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면 좋겠다. 또 개개인이 한층 더 성장하길 바란다. 본인 스스로도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면서 사회에는 선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등 언제나 공부하고 노력하는 CEO가 되고자 한다.

 

최종윤 기자 editor@infoth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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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리더스클럽 2] 한국지멘스 정하중 대표, “디지털 전환, 한 기업 역량만으로는 불가능” - 인더

편집자주 : 인더스트리뉴스는 2024년 “Change The World”를 기조로 탄소 중립 및 디지털 전환을 통해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국내외 기업 CEO 인터뷰를 릴레이 기획 연재하며, 이를 ‘AM리더스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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